무근콘크리트는 철근을 포함하지 않은 콘크리트 구조로 압축력에 대한 저항력만을 활용하여 하중을 지탱하는 방식이다. 이 구조는 고대 로마의 판테온이나 수로교와 같은 건축물에 적용되었으며 그 당시에는 철강 기술이 미비했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콘크리트 자체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중세 이후 목재나 석재 구조가 우세했던 시대를 지나 산업혁명기에는 철강이 본격적으로 건축에 도입되기 전까지 무근콘크리트가 주요한 건축 재료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인장력이 극히 낮은 콘크리트의 물성상 무근 상태에서는 균열이 쉽게 발생하고 하중에 대한 대응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현대 구조물에서의 주 구조로 사용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로 인해 철근콘크리트가 개발되면서 무근 방식은 주류에서 밀려났으며 현재는 주로 기초나 보조 구조체 등에만 제한적으로 사용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지속가능한 건축과 재료 절약, 시공 효율성을 중시하는 건축 트렌드가 부각되면서 무근콘크리트 구조에 대한 재조명이 이루어지고 있다. 철근 부식으로 인한 유지관리 비용 증가, 시공 복잡성, 내환경성 문제 등이 현대 건축에서 빈번히 발생하면서 비교적 단순하면서도 내구성이 우수한 무근 구조가 다시금 기술적 가능성으로 주목받고 있다.
무근콘크리트의 구조 특성
무근콘크리트 구조의 가장 핵심적인 특성은 인장보강이 없다는 점이다. 콘크리트는 압축력에 강하고 인장력에는 약하다는 기본적인 물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무근 상태에서 구조체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구조적으로 압축력이 주로 작용하는 위치에 배치되어야 한다. 따라서 아치 구조, 기초 매트, 벽체 등 압축력이 지배적인 부재에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구조적 제한은 무근콘크리트의 적용 가능성을 축소시키는 요인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철근을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장점도 무시할 수 없다. 첫째로 철근 부식에 따른 내구성 저하 문제를 회피할 수 있으며 이는 특히 해안가, 고습도 지역, 염분 노출 환경 등에서 큰 이점을 가진다. 둘째로 철근 구매 및 가공, 배근 작업이 필요 없기 때문에 공기 단축과 시공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셋째로 해체 및 재활용 시점에서도 철근 제거 없이 콘크리트를 분쇄하여 재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자원 순환 측면에서도 효율적이다. 단점으로는 역시 인장력에 취약하다는 구조적 특성과 균열 발생의 위험성이 크다는 점이 있으며 이로 인해 하중 분산 구조 설계가 어렵고 보강재 없이 사용 가능한 부재의 범위가 제한된다는 점이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고성능 콘크리트의 등장과 함께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기술적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예컨대 초고성능 콘크리트(UHPC)는 자체적인 인장강도와 연성이 높기 때문에 제한적인 조건 하에서는 무근 상태에서도 충분한 구조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GRC(유리섬유 보강 콘크리트), 바인더 개선 기술, 고기능 혼화재 등을 활용하여 무근 상태에서도 일정 수준의 하중을 지지할 수 있는 재료적 기반이 확장되고 있으며 이는 무근콘크리트를 주 구조 부재로 전환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
무근콘크리트의 역할
과거에는 무근콘크리트 구조에 대한 정량적인 해석이 어려웠다. 콘크리트의 비선형 거동, 균열 발생 후의 강도 저하, 시간 경과에 따른 수축 및 크리프 등이 복잡하게 작용하였기 때문이다. 무근콘크리트의 역할을 다음과 같다. 유한요소해석(FEM)은 콘크리트의 물성을 정밀하게 반영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무근 상태에서도 구조체의 응력 분포, 변형, 파괴 모드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 대표적인 해석 소프트웨어인 ABAQUS, ANSYS, MIDAS Civil 등을 통해 비선형 해석, 손상 메커니즘 분석, 장기 하중 작용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며 이러한 데이터는 무근콘크리트 구조의 안전성 검토에 필수적으로 활용된다. 특히 UHPC처럼 균열 이후에도 강도가 잔존하는 재료의 경우 인장 보강이 없는 상태에서도 제한적인 구조 성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사실이 다양한 실험을 통해 입증되고 있다. 더불어 무근 상태에서의 안정적인 구조를 위한 최적 형상 설계, 하중 분산 경로 설계, 부재 단면 형상 조정 등이 정밀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적용 범위를 확대시키고 있다. 구조 해석을 통해 기존의 보수적인 설계 한계를 벗어나 무근콘크리트의 효율적이고 실용적인 적용이 가능해진 것이다. 환경적 측면에서도 무근콘크리트는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철근이 제거됨으로써 전체 구조체의 탄소 배출량이 감소하고 건설 폐기물의 분리처리 비용도 절감된다. 따라서 ESG를 중요시하는 최근 건설 산업의 흐름에 부합하는 방향성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래 건축에서의 가능성
무근콘크리트 구조는 여전히 제한적인 구조 시스템으로 간주되지만 미래 건축 환경에서는 오히려 특정 조건 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미래 건축에서의 가능성에 대해 알아보자. 특히 기후 변화와 자원 고갈, 인건비 상승이라는 현실적 문제에 직면한 건축업계는 효율적인 구조 방식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무근콘크리트 구조의 재조명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향후 무근콘크리트의 효과적인 적용을 위해서는 몇 가지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구조 설계 초기 단계에서 무근 구조가 가능한 부재를 사전에 선별하여 압축력이 우세한 구조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둘째, 고성능 콘크리트의 지속적인 개발과 표준화가 병행되어야 하며 특히 인장력에 일부 저항 가능한 재료의 보편화가 필요하다. 셋째, 프리캐스트(PC) 공법과의 결합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무근 구조는 현장 배근과 정착이 불필요하므로 사전 제작 방식에 매우 적합하다. 또한 개발도상국이나 인프라 취약 지역에서의 주택 공급 응급 재해 구조물, 단순 인프라(배수로, 기초, 보조시설) 등에 활용될 수 있다. 철근 수급이 어렵고 전문 인력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무근 방식이 오히려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드론 시공, 로봇 자동 배합 및 타설 등 첨단 시공 기술과 결합될 경우 무근콘크리트는 자동화 건축의 핵심 재료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다.
결론
무근콘크리트는 철근 없이 콘크리트 자체로 하중을 견디는 전통적인 구조 방식이지만 오늘날의 기술 발전과 건축적 요구 변화에 따라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과거에는 인장력 취약성과 구조 해석 한계로 인해 제한적으로만 사용되었으나 현재는 고성능 콘크리트, 정밀 구조 해석, 시공 자동화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새로운 적용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무근콘크리트 구조는 단순함과 내구성, 환경친화성을 바탕으로 특정 환경 및 용도에 최적화된 해법이 될 수 있다. 특히 유지관리 비용 절감, 재활용 용이성, 시공 간소화 등의 장점은 지속가능한 건축을 지향하는 오늘날의 흐름에 부합한다. 물론 여전히 보강이 필요한 구조에까지 무리하게 적용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으나 구조적 가능성을 정밀하게 해석하고 검증할 수 있는 기술이 마련된다면 무근콘크리트는 새로운 건축 시스템의 일부로 진화할 수 있다. 이제는 그 기술의 본질과 현재 기술이 제공하는 해석 능력을 접목하여 새로운 방식으로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 무근콘크리트 구조의 미래는 설계와 해석, 시공 전반에 걸친 융합적 사고에서 비롯된다. 과거의 지혜와 현대의 기술이 만나는 지점에서 무근콘크리트는 건축의 한계를 넓히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